새해부터 연일 한파주위보가 내리며 차가운 얼음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4인 모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2025 을사년을 맞아 갤러리카페 배꼽에서는 1월 한 달간 갤러리 관장인 이원순 작가와 그녀의 절친 김은경 작가, 그리고 그녀들의 두 딸 박보나, 이다인이 함께하는 김천 최초 ‘4인 모녀展’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원순 작가의 ‘뜻밖의 행운(혼합재료)’, 김은경 작가의 ‘나만의 파렛트(아크릴화)’, 박보나 작가의 ‘함께라는(혼합재료)’, 이다인 작가의 ‘흔적을 따라 걷다(유화)’ 등 동서양과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 40여점이 전시된다.
이원순 작 |
이원순-박보나 모녀는 지난 2023년 3월 상주 갤러리 에파타에서 첫 모녀展을 연 이후 두 번째 모녀展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 작가는 지난 30여 년간 아동미술 교육을 이끌어 온 경륜을 이번 전시회 에 풀어냈다. 소재를 평면적으로 단순화하고 색감을 강조해 자유분방한 아동화의 느낌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무성한 나뭇잎에서 가지가 보이고 형형의 색에서 노랑 파랑 빨간색이 튀어나온다. 선은 거칠어도 형태는 간결하고, 색은 단순한데 빛을 잉태했다. 그리고 이게 어린이의 눈이라는 걸, 이런 게 놀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원순 작가 노트 中.
박보나 작 |
한국화를 전공한 박보나 작가는 전통 회화의 현대화를 모색하며 한층 젊어진 한국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박 작가는 ‘원시림으로서의 페르소나’라는 작품의 주제에 대해 “내 작업은 숲과 원시림에서 영감을 받은 인간 정체성에 대한 탐구이다. 자연 속 식물들은 각각 고유한 개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생태계라는 군집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인간은 사회적 기대와 규범에 의해 개성을 잃고, 획일화된 페르소나를 통해 살아가고 있다. …중략… 내 작업은 이러한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페르소나가 단순한 가면이 아니라 정체성의 복합성을 탐구하고 재발견할 수 있는 도구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품 속 숲의 이미지는 페르소나의 다층적 의미를 상징한다. 각 나무와 식물은 개별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군집의 일부로 존재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만의 페르소나와 내면의 정체성을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원순 작가는 부산여대 미술학과(서양화 전공)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현재까지 30여 년간 아동미술교육에 종사해 그 분야를 선도해왔으며 현재 김천시청 옆 갤러리카페 배꼽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전 5회, 100여회 이상 단체전을 가졌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이자 김천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보나 작가는 창원대 미술학과(한국화 전공)를 졸업하고 현재 창원대학원(한국화)에 재학 중이다. 제주 교류전 2회, 모녀전. 단체전 다수.
김은경 작 |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주인공인 김은경-이다인 모녀는 이번에 처음으로 모녀展을 갖는다.
김은경 작가는 디자인 전공자이자 아동미술 교육자답게 디자인적인 요소에 파스텔 색감을 살린 동심을 시각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녀의 해바라기 작품 시리즈는 평소 화풍과 달리 표현하며 삶의 무게와 현실의 어려움을 담아냈다.
김 작가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지만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는 다르다. 지나간 시간은 흑백으로 남고, 오늘은 알록달록한 색들로 채워진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오늘 하루는 어떤 그림으로 남을지 고민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오늘이라는 붓으로 인생을 그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경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김천미협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다인 작 |
한남대 미술교육을 전공한 이다인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시골 설경을 담은 고즈넉한 풍경화는 물론 그와 대비되는 역동적이고 과감한 붓질의 정물화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작가는 “그린다는 것은 복잡했던 삶에서 벗어나 무언가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붓끝에 그날의 풍경을 담은 작은 터치는 삶을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불꽃이 된다. 말을 하는 것보다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내가 다가가고자 하는 대상의 좀 더 깊숙한 곳까지 내 목소리가 닿을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이원순 관장은 “4인 여성 작가들의 개성있는 작품들을 비교 분석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미술 예술을 향한 그녀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엿볼 수 있는 이색 전시회를 통해 새해를 의미있게 맞아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