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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25> 100억 사재(私財) 털어 김천에 장학재단 설립하는 왕영수(프란치스코) 신부

김민성 기자 dailylf@naver.com 입력 2022/02/11 11:32 수정 2022.02.11 18:22
“하느님의 사랑, 되돌려주는 게 사명(使命)”

 

“그동안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수 있어 기쁩니다. 제가 성의학교를 다닌 6년간 장학금을 받았는데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톨릭, 기독교, 불교를 떠나 종교를 갖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자식, 내 지인이 아닌 남에게 베풀며 사는 것이 의미있는 일입니다.”

 

100억 원의 사재(私財)로 고향인 김천에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왕영수(87세‧프란치스코) 신부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사제(司祭)가 고향 김천에서 장학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100억 원이라는 큰돈을 기부한 사실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큰돈을 후학양성에 선뜻 기부한 왕영수 신부의 소식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되돌려줄 곳이 생겨 감사하다고 밝혀 세간의 통속적인 시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은퇴 후 운영하던 피정의 집은 후진에게 맡기고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고심하며 기도드렸습니다. 그때마다 어릴 적 다니던 성의학교가 자꾸 생각났어요. 그래서 법인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반적인 장학회처럼 공부만 잘하는 학생에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의로운 사람, 창의적인 사람, 뭔가 특별한 사람들의 꿈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나이나 지역도 국한하고 싶지 않습니다. 설립자의 철학이 들어간 성의장학회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의 철학을 현실화시키는데 필요한 초기 4년간 장학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기로 한 왕 신부가 밝힌 소신이다.

 

왕영수 신부는 1935년 지좌동에서 태어나 김천초, 성의중, 성의고를 나와 서울가톨릭 신학교를 졸업했다.

왕 신부는 가톨릭계 학교인 성의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사제로서의 꿈을 키웠다. 재학 6년 동안 줄곧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던 왕 신부는 당시 교장이던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을 받아 신학교에 진학해 7년 동안의 과정을 마쳤다.

서른이 되던 1965년 사제품을 받아 부산교구 범일본당 보좌로 첫 사목을 시작했다. 이후 교구 기획관리실장을 지냈으며 양산·경남 거제·초장·서대신·아미·동래·길천 본당 주임을 역임했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는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지냈다. 초기에 교구청에서 잠시 일한 것을 제외하고 줄곧 본당사목과 해외교포사목에 헌신한 것이다.

특히 왕 신부는 소통과 교구 확장을 위해 언론이나 영상매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매스컴 사도직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60년대 후반 한국교회 최초로 가톨릭언론인클럽을 결성하고 가톨릭홍보상을 제정했으며 IMF시절인 1998년 부산 평화방송 개국추진위원장을 맡아 방송국 개국에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2006년 은퇴해 울산 간절곶에 ‘새예루살렘공동체’라는 기도의 집을 열어 지난 15년간 신자들의 영성생활을 도우며 살아왔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에 대한 우문(愚問)에 왕 신부는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발견해 개발해야 하며 더 나아가 연합해서 봉사해야 한다고 현답(賢答)했다.

 

왕 신부가 바라보는 현 시대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즘 사람들은 권력, 돈, 명예를 너무 쫓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만들어야지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감사하며 살기에도 아까운 세상인데 욕심만 키우다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어요.”

 

욕심을 버리라는 老신부에게도 작은 바람은 있다. 김천시민과 더불어 철학이 담긴 장학재단을 만들어 경상북도에서 이름있는 장학재단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 그의 마지막 소원이다. 

 

장학재단 설립을 위해 지난 4일 김천을 찾은 왕영수 신부는 김천교육지원청을 들른 뒤 재단설립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고자 김천신문 김중기 전 사장을 찾아 신문사 창간과 관련한 비하인드스토리를 듣고 김천의 장학회 역사 등을 이야기하며 장학재단에 대한 서로의 소신을 나눴다.(왼쪽부터 이지응 성의총동창회 사무처장, 왕영수 신부, 김중기 전 김천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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