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종합운동장에는 홈경기마다 조규성, 박지수, 정승현, 황인재 등 다양한 선수들의 유니폼이 걸린다. 자신의 최애 선수를 군대로 보냈기에, 경기장에서나마 응원하기 위해서다. 김천 선수들의 등 번호가 적힌 유니폼들이 즐비한 가운데 ‘CHAMPION’이 적힌 우승 기념 유니폼 네 개가 연달아 걸린 모습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월 김천상무가 판매한 선수단 전원 사인이 담긴 우승 기념 유니폼은 2분 만에 완판됐기 때문이다.
매진 행렬 속에서 유니폼을 네 벌이나 확보한 능력자(?)는 김천시에 거주 중인 정호영(43세) 씨다. 정호영 씨는 김천시에 위치한 경일건설에 전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정호영 씨는 “우여곡절 끝에 우승기념 유니폼 네 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처음에 라이브 방송에서는 전부 다 품절돼서 구매를 하지 못했었는데 추가 판매, 취소된 구매분 등을 통해서 네 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축구를 좋아했는데 연고 지역인 김천시에 상무프로축구단이 생겨서 더욱 좋아하게 됐다. 창단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정말 반가운 마음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2021년 김천상무 창단 이후 정 씨는 매 홈경기 빠지지 않고 출석 중이다. 울산, 대구 등 가까운 거리는 원정 경기도 직접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장을 찾아 유니폼을 걸고 김천상무를 응원하는 것이 삶의 낙이다. 2022 시즌에는 김천상무 하프 시즌권을 1호로 구매하며 구단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정호영 씨는 “축구는 형제와도 같다. 힘들 때 의지가 되는 형제 같은 느낌이다. 의지도 하면서 즐거움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다. 축구를 통해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해소하고 있다. 유일한 돌파구 같은 느낌이다”고 전했다.
축구에 대한 애정은 수많은 희귀템 수집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K리그 매치볼을 비롯해 국군체육부대 기념패까지 소유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고인이 된 축구황제 펠레의 유니폼에 친필사인까지 받았다. 터키 국가대표 선수의 유니폼, 친필사인 골키퍼 장갑도 애장품 중 하나이다.
정 씨는 “축구와 관련해 희귀한 것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K리그 매치볼도 K리그 마크가 박혀 있어 판매용과는 다르다. 기념패는 나중에 국군체육부대장에게 사인을 받고 싶어서 간직하고 있다. 20년 동안 순수 축구 기념품에 사용한 금액이 수 천 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천상무 구단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MD(Merchandise)도 구매하며 VIP(?)로 거듭나기도 했다. 비매품 MD는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 전부 모았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만한 고객도 없지만 정작 정호영 씨는 겸손한 모습이었다.
정호영 씨는 “사실 저는 일반 시민인데 인터뷰까지 해도 되나 싶었다. 구단에 대해 애정과 애착을 갖고 열심히 응원하는 팬이다. 프로 구단을 통해서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상무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수비 선수들을 좋아한다. 특히 정승현, 구성윤 선수 팬이다. 5월 5일 리그 경기에서부터 선수단과 접촉이 가능해져서 구성윤 선수 팬 사인회도 참여하고 퇴근길에도 정승현 선수에게 선물을 줬다. 두 선수의 경기력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 앞으로도 두 선수가 잘 되기를 팬으로서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천상무는 14일 오후 4시 30분 김천종합운동장에서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12R 홈경기를 치른다. 정호영 씨는 “인생의 낙이 된 김천상무의 홈경기를 또 보러 갈 생각에 설렌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팬으로서 선수와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좋은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