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수 이사장과의 인터뷰 시간에 맞춰 김천대학교 교정에 들어서자 많은 이들의 분주함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천대 주최 ‘2024 크리스마스 콘서트’ 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하며 각종 공연이 펼쳐진 김천이었지만 세계적인 합창단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 관심이 갔다.
1시간여 후의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먼저 온 관객과 스텝의 열기로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곳이 진짜 김천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높은 무대의 퀄리티가 돋보였다.
인터뷰 장소인 김천대 본관 이사장실에 들어선 순간 백발의 노인이 다가오며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대학 이사장 취임 때 한 번 본 적이 있던 터라 격이 느껴지던 딱딱한 분위기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격의 없는 편안한 모습에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놓였다.
간단한 인사말을 건넨 뒤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소 직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들 궁금해하는 내용을 첫 질문으로 던졌다.
Q. 왜 김천대학교 법인 이사장이 되셨나요?
A. 사실 욕심이라고 말리던 사람도 있었지요, 내 고향(경북 구미출생)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이 곧 문을 닫을 지경이라는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웠어요, 유명한 강신경 목사께서 설립하신 대학인데 이렇게 학교가 없어진다는 게 기가 막혔지요, 그래서 이런 좋은 대학을, 이렇게 소중한 대학을, 하나님께서 이룩하신 대학을 꼭 살려야겠다는 마음에서 김천대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김천은 제가 초창기에 사역했던 곳이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많습니다. 여기 있을 때 많이 굶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하나님이 도와주시는 것을 경험하고 제 사역에 큰 자산을 얻은 곳입니다. 이제 제 나이가 많습니다(만 80세). 그래서 국내외 목회자들과 교류하고 훈련시키는 후진 양성에 힘쓰고 싶고 젊은 청소년들도 잘 키워가고 싶습니다. 여기 김천대학교가 내가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요?
Q. 본인의 교육철학과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A. 젊은이들에게 인의와 사랑을 실천하고,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인격의 완성과 학술을 연마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진리를 탐구해 국가와 인류 문화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성실하고 창조적인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게 제 교육목표입니다.
제 교육철학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 IYF(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세계적 청소년 단체이자 국제 NGO(비정부기구))입니다.
IYF는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월드문화캠프’를 통해 클래식 공연, 마인드 강연, 세계 문화공연 등을 펼치는 등 전 세계가 하나 되는 문화축제를 벌여왔습니다. 또 각국의 청소년부 장관과 대학 총장, 경찰과 교정청장 등을 초청해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범세계적 방안을 마련했구요.
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엑스포, 대학생리더스대회,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을 개최해 전 세계 청소년의 화합을 꾀했습니다.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 청소년이 가진 문제의 반은 해결된다고 믿기에 청소년의 마인드교육을 중시해왔습니다.
IYF 구성원들은 여러 행사에서 다른 문화의 청소년들과 교류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조언을 듣고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내면을 괴롭히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Q. 말씀대로라면 많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을 한 명만 꼽으라면 누가 있을까요?
A. 많은 학생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당시 17살이던 앤디가 생각나는군요. 제가 미국에 잠시 있을 때 마약에 빠져 살던 앤디를 그의 어머니가 저에게 데리고 와 맡기셨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가는 저를 따라 앤디가 함께 와 예수님으로 죄를 씻고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 변화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었지요. 현재 엔디는 50대 평범한 가장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나 결심만으로 바뀔 수 없는 게임이나 마약, 자살 충동, 우울증 등 마음의 상처들은 성경 말씀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것을 확신하셔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모든 죄를 씻고 거룩하게 만드신 것을 믿으셔야 합니다.
Q. 다시 김천대학교의 상황으로 돌아와서 모든 지방 대학의 운영이 어려운데 김천대를 다시 일으켜 세울 특단의 방안이 있으신가요?
A. 엎어진 적이 없는 대학을 어떻게 일으켜 세웁니까. 제가 가만히 보니 김천대가 자신감이 없었어요,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재정이 어렵고 혹시나 돈 썼는데 잘못되면 학교가 망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 두려움 때문에 보폭을 넓힐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저는 그냥 응원만 하려 합니다. 재정 지원도 약속했으니 해야겠죠,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해요. 대학에 가장 큰 자신감은 학생들이라고 하더군요. 그 제자들에게 우리 김천대로 학생들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서로 학생들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요즘 해외 젊은이들이 한국에 오고싶어한다 들었는데 그래서 좋은 아이들을 한국에서만 아니라 해외에서 많이 데려오려고요. 그러면 교수님들도 신이 나서 일하지 않겠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학교 망할 걱정을 왜 합니까. 제가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30년 동안 해외 여러 국가에 제자들을 보내서 그 나라 정부와 대학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선교사들이 해외에 115개 나라에 나가 있어요. 교회도 1,600개가 훨씬 넘죠, 선교사들을 통해서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데려와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통해 희망을 심고 김천대학교를 통해 미래의 열매를 영글게 하고 예수님을 통해 사랑을 알게 하고 싶네요.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Q. 끝으로 김천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A. 김천시민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평생을 하나님 안에서 복음을 전해 왔습니다. 김천대를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목사로서 약속드릴테니 시민들께서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총동문회에서 학교를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해 주신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한편, 박옥수 이사장의 제안으로 열린 김천대학교 주최 2024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김천시민들과의 문화적 교류 확대를 목표로 기획됐으며 그 기획에 맞게 관객에게 만족을 선사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수준 높은 공연에 이날 시민들은 20여 일을 앞당겨 온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했다.